• 부자의 비밀
  • 2016.02.05
ELS를 제발 좀 쉽게 설명해볼까
  • 천영록 CEO
  • 8
  • 590
스텝다운형 ELS라는 상품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칫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설명이 될 수도 있지만, 보통 저는 이 ELS를 3년 만기의 상품이 아니라 6개월 만기 상품에 6개월씩 연장조건이 5회 달린 상품으로 이해합니다. 예컨대 KOSPI200과 S&P500의 두 기초자산을 사용하는 95-90-85-80-75-70 조기상환 배리어의 표면이율 (혹은 제시수익률) 7%짜리 노낙인 ELS상품이 있다고 해봅시다. (스텝다운형이라는 이름 때문에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겁먹지 말았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ELS는 이런 스텝다운형이어서, 하이파이브(Hi-five)든 오토콜러블(Auto-Callable)이든 무슨 이름으로 불리든 결국은 비슷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익혀보는 것도 무방합니다. 쫄지 말고 배워보시면,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런 상품은 꽤 간단한 상품일 수 있습니다.)

통상의 설명을 보면 이런 스텝다운형 상품들은 만기가 3년인데 6개월마다 조기상환의 기회가 있고 그때마다 배리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당최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관점을 바꿔서 ELS 가입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이 상품을 6개월짜리 단기 상품이라고 생각해보면, 첫 만기인 6개월에 연이율 7% (6개월이니까 3.5%)를 돌려받는 일종의 조건형 고금리 예금입니다.(엄밀히 말하면 예금은 손실의 가능성이 없어야만 예금이기 때문에 예금은 아닙니다.) 그 조건은, 상품 뒤에 통상 따라붙는 “95-90-….-70”의 첫 숫자인 95를 95%라 생각하고, 해당 두 지수인 KOSPI200과 S&P500 두 지수가 시작 시점의 95% 이상이면 (6개월째 해당일에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아니라면) 조건이 충족되어 마치 예금처럼 만기가 됩니다. 이 때 원금과 이자를 전부 돌려받고 상품은 사라집니다.

이 예금은 혹시 두 지수가 95% 이하이면 (6개월째 해당일에 두 지수 중 하나라도 5% 이상 하락한 상태라면) 상환에 실패한 셈이지만, 다행히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6개월이 자동연장됩니다. 연장됐을 때 “95-90-…-70”의 두 번째 숫자인 90, 즉 90% 이상 (12개월째에 해당일에 두 지수 중 하나라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아니라면) 다시 밀린 이자까지 다 지급하여 연율 7%로 상환되는 예금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재수가 없어서 이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보면 예금 상환이 계속 늦어지지만 조건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기회가 늘어났고, 조건도 폭이 더 넓어집니다.

 

친구한테 돈을 빌려준 것과 비슷합니다.

 

연이율 7%에 빌려갔는데, 사정이 안 좋으면 6개월씩 연장하기로 한 것입니다. 친구의 사정은 뭐 예컨대 승진이었다고 해봅시다. 승진하면 돈을 이자쳐서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매 6개월에 한번씩 물어보니 계속 승진을 못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자는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 친구가 3년이 되도록 승진을 못하고 회사에서 짤린다면, 원금 중 일부를 안받기로 했다고 해봅시다. 일단 첫 6개월에 승진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친구였기 때문에 빌려준 것이고, 행여나 승진을 못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승진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고 봐야겠습니다. (케바케겠지만…)

그러니까 만기 3년에 어쩌고라고 생각하면 너무 복잡합니다. 만기 6개월에 연장 조건이 붙어서 나한테 유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면 되려 단순한 상품입니다. 만약 3년이 될 때까지 시장이 너무 하락해서 자금 회수가 안되면, 마지막 3년째 날에 상당히 낮은 기준, 즉 “95-90-…-70” 중 마지막이자 여섯번째 숫자인 70, 즉 두 지수 모두 70% 이상이기만 하면 3년치의 이자를 전부 쳐주고 상환해주겠다는 것입니다.

3년 안에, 6개월째에 두 지수가 95%도 못넘고, 12개월째에 90%도 못넘고, 18개월째에도 85%도 못넘고, 24개월째에도 심지어 80%도 못넘고, 에라이 30개월째에는 되겠지 했는데 75%도 못넘고, 화딱지 나는데 36개월째에 70%도 못넘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론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고 끝낼 문제는 아닙니다. 가능성이 많진 않지만 아예 없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ELS는 얼마 안되는 가능성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이자율이 천차만별로 바뀝니다

 

누군가 같은 7% 조건에 95-90-85-80-75-70 짜리와 90-90-85-85-70-70 짜리 중 어느게 더 안전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비교를 할까요. 대충 둘다 상환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만 있지 어느게 구체적으로 얼만큼 더 유리한지 당최 알 수 없는게 또한 ELS의 애매함입니다. 국내에선 ELS리서치(elsresearch.com) 만이 계산해서 비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미래의 시장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해주는 방법론이라는게 무척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학계의 연구도 매우 미진한 부분이긴 합니다. 다만 단순한 계산으로도 첫번째 만기상환의 확률이 가장 높고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감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1차 조기상환 배리어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차 조기상환이 5% 낮은 것이 2차 조기상환이 5% 낮은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팩터라는 뜻입니다.(그만큼 이자가 낮아질 여지도 많다.)

 

따라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추천은 역시, 6개월짜리 상품이라 생각하고 6개월만에 조기상환될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나머지는 다 차선책에 대한 덤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6개월에 한번씩 차곡차곡 안전하게 조기상환 받아서 3.5% 씩 계속 쌓아나간다면 연 기준으로 오히려 7% 이상의 복리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유동성의 위기에서도 조금은 자유롭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상환이 연기된다면, 오히려 그런 사건에서도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설명을 과도하게 해석해 6개월 후에 꼭 필요한 돈을 ELS 에 넣는 우를 범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예금 같긴 하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조건이 달려 있는 예금입니다. 또한 위의 예에선 마지막 모든 조건까지 실패한다면, 더 많이 하락한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손실이 결정됩니다. KOSPI200이 3년 후 -40%로 끝난다면 전체 원금에서 이자도 못받고 -40%의 손실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많진 않지만 꽤 큰 손실입니다. 대신에 분석이 복잡한 만큼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도 한 것이고, 그만큼 큰 손들이 활발하게 대중들의 수익률을 약탈해 가기도 어려운 시장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여러번 반복한 이야기지만, 자산시장의 가장 큰 원리는 소수가 최대 다수를 약탈하는 구조입니다. 다수가 소수를 약탈하면 시장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시장은 최대다수를 잡아먹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대중은 대중이기 때문에 반드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구조화증권에 거는 개인적인 기대는, 이러한 약탈적 행위를 매우 어렵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터무니 없는 수수료가 붙어 있는 상품들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에게 이상한 상품을 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불완전판매의 문제이지, 구조적 약탈과는 조금 다르다. 그만큼만이라도 내가 보기엔 꽤 좋은 현상입니다.

 

한 가지 팁을 더 붙이자면, 시장이 폭등하고 있을 땐 ELS 가입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장이 하락해서 ELS로 손실을 보는 것보다, 폭등장에 너무 높은 지수에 엮여 들어가 단순한 조정에 말려 들어가는게 훨씬 위험합니다. 특히 초보자라면, 시장이 근래에 많이 빠졌다 싶을 때 ELS를 한번씩 진입해보는걸 권합니다. 펀드보다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적을 뿐 아니라 경우의 수가 적어서 초보자가 습관을 기르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진짜 완전 초짜라면 예적금을 권합니다. 투자는 습관부터!

천영록 CEO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와 키움증권, KTB 투자증권 등 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투자의 묘미를 느꼈습니다. 투자기법들이 사회에 혜택을 줄 수는 없을지 고민하다 기술 발전과 스타트업 정신에 뜻을 품고 두물머리를 창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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