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S 투자 리포트
  • 2016.10.30
중앙은행의 시대가 저물다
  • 김현준 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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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시대가 저물다

향후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핵심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 아니라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향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한마디로 “완화적 긴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급진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급격한 긴축으로도 선회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향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매우 완만한 테이퍼링 또는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됩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GDP대비 총자산(자산매입 규모)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이미 “완화적 긴축”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말 테이퍼링 선언으로 완화 사이클을 종료한 이후 3년에 걸쳐 겨우 기준금리를 한번 인상했습니다. 더 의미있는 사실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장기 균형금리 목표를 지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준은 매번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1) 현재 인상 여부 2) 향후 인상 속도 3) 인상 목표치를 고민하는데, 비록 1)번에 대해 긴축적일 수 있어도 2), 3)번에 대해 완화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던 것입니다.

 

연준이 긴축정책을 주저하는 이유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정책 여력은 풍부한 반면, 디플레이션에 대응할 정책 여력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적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옐런의 고압경제 용인 가능 발언”도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준은 이런 이유로 디플레이션 탈출이 명확해진 경우에만 현재의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일본은행(BOJ)도 지난 9월 장기금리를 너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일명 “10년물 금리 0% 타켓팅”인데, 시중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익률곡선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를 제한하는 정책입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일본 국채의 수익률곡선은 거의 변화를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신용창출 창구인 시중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무조건적인 마이너스 금리 포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 예정된 BOJ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도 거의 없어진 상황입니다.

 

 일본 국채(JGB) 일드 커브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테이퍼링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예정된 양적완화 규모를 조만간 서서히 줄이면서 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 ECB위원들은 당장 부인했고, 지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주요 의사결정을 12월로 미뤄둔 상황입니다. 비록 루머에 불과하지만, 내부적으로 ECB의 양적완화 무용론과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중앙은행,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는 이유를 긍정적으로 보자면, 글로벌 경제가 급박한 상황은 지났고, 향후 대형 위기에 대한 대응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는 것이 좀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완화적 정책은 분명히 그 한계를 나타냈습니다. 1) 은행 수익성 악화 2) 주요국 구조조정 지연 3) 자산가격 버블 등이 그 부작용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버냉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향후 위기에 쓸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리콥터 머니”가 대표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전자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물화폐가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크게 반감시켰기 때문입니다. 실물화폐는 정부가 발행한 0% 금리의 채권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마이너스 금리로 실물화폐 유통을 둔화시키며 경제의 탄력을 떨어뜨린 것입니다. 전세계 모든 현금이 전자화된다면 이자율을 일괄적으로 매길 수 있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정책 대응 여력에 대한 연구는 진행중이라 하겠습니다. 

 

저성장 해법이 자산시장을 움직인다

최근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고민은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저성장의 이유는 1) 노동가능 인구의 감소 2) 생산성 증가속도의 둔화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과 자연이자율은 하향 추세에 있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현재 저성장 위기의 해법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신흥국 중심의 저축과잉(Savings glut)이 문제(즉, 과도한 외환보유고)라고 언급했고, 크루그먼과 래리 서머스 등은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책결정자들(특히 미국)은 이 두 가지 정책들 중 적절한 정책 대응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축과잉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최근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등에 대한 환율조작국 압박이 대표적인 대응입니다. 아마도 각국들이 보호무역주의로의 선회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환율조작국 관련 압박은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이 중요하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정책 대응은 재정정책입니다. 여태까지 각국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꺼렸던 이유는 1) 높아진 부채비율로 제한적이 된 재정정책 여력 2) 재정정책 효과의 글로벌 분산 우려(즉, 한 나라가 재정적자를 부담한 효과가 글로벌 전체로 희석돼 버림을 의미)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시작으로 재정 확대 가능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당선된 대통령 입장에서 재정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재정정책 드라이브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자의 형태는 세금 감면, 복지 정책, 인프라투자, 지정학적 긴장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2~3년 간의 세계 경제는 이번 재정정책의 방향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프랑스 대선과 하반기 독일 총선 이후의 정치적 이벤트를 거치고 나면 그 방향이 좀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미 28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한 바 있고, 중국도 인프라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재정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곳으로 돈이 흘러가야 합니다. 최근 파리기후협약을 통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은 유용한 방향 중 하나의 예라고 생각합니다(일각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으니, 에코버블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폄하하지만, 저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치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현준 Columnist
IBK 증권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토러스와 아이엠 투자증권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자문사에서 파생상품 운용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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